나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아시다시피 물리학은 변화가 적은 분야다. 법칙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물론 양자역학이나 상대성 이론 같은 새로운 분야가 나온다고 하지만 매년 새로운 물리학 이론이 나올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학교에서는 뉴턴이나 맥스웰이 정립한 이론들을 배웠고, 물리학에는 정답이 있다. (아마도)
나이 서른에 올해 방송대에 입학하고 처음 법학을 공부하면서 여러모로 낯설었다. 그 중에서도 여러 법의 분야에 걸쳐서 반복해서 나오는 대상이 조문, 판례, 학설이다. 법에도 조문과 판례의 태도, 통설과 같은 정답이 있을지 모르지만. 정말 빠르게 변하고 애초에 물리학으로 치면 물리 법칙 같은 법조문이 있는데도, 수 많은 판례의 판시사항을 정답인 것처럼 외워야 하는 것도 신기하게 여겨진다.
여기서는 여러 사례를 들어 법학이라는 학문이 돌아가는 방식을 설명해보고, 법학을 공부하는 이유에 대한 나의 답을 해보려 한다.
나 같은 법에 문외한인 일반인이 법이라 하면 보통 떠올리는 것은 법조문이다. 특히 한국은 성문법주의 국가이다. 그래서 관습이나 상식보다는 문자 그대로의 법에 따라서 세상이 굴러가고, 법조문만 잘 외우면 되리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법은 추상적이며, 일상의 언어나 상식과는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